[사설] 등록금 동결 논란, 대학 교육의 목표부터 분명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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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이어진 이른바 ‘반값 등록금’ 정책이 대학과 대학교육의 심각한 부실로 현실화되고 있다. 사립대 재정은 2016년부터 적자로 진입했고, 견디다 못해 매물로 나오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한경 5월 13일자 A1, 4면)이다. 인공지능·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R&D)의 선봉에 서야 할 대학이 미래투자는커녕 살아남기에 급급해 있다는 것이다.

등록금 동결을 통한 ‘반값 등록금’ 달성은 교육부가 2009년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핵심 정책이다.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대학들로서는 따르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 결과 사립대의 작년 등록금은 평균 718만원으로 ‘반값 등록금’ 시행 전인 2008년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다.

‘반값 등록금’은 교육 기회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대학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옥죄는 규제 대못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대학들은 자체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등록금이 동결되자 비용 절감에 골몰할 수밖에 없어 연구기반마저 잠식당하고 있다. 재원 부족으로 인해 도서관 장서구입비를 삭감하고, 해외저널 구독을 중단하고, 국제 논문검색 사이트도 끊어야 할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넘친다. 연구에 필수적인 실험장비가 고장나도 방치되고 연봉이 동결되다 보니 실력 있는 교수들의 이직행렬도 꼬리를 물고 있다.

대학 경쟁력의 핵심인 창의력 소진이 가장 걱정스럽다. ‘곳간’이 비면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목을 매게 되고, 자연히 불필요하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연구나 사업으로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야 사활을 걸고 미래 연구에 집중하는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경쟁하기 힘들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대학’ 설립에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를 투자했다. 국내 사립대의 자체 R&D 예산을 전부 합해도 4470억원(2017년 기준)에 그치고, 그마저도 2년 전에 비해 700억원가량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대학을 ‘교육 복지’ 대상으로 보는 정책방향에 대한 재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 대학진학률은 68%로 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높다. 4차 산업혁명 선진국인 미국(46%) 독일(28%)을 크게 앞지른다. ‘교육 복지’라는 허울 좋은 명분이 ‘미래인재 양성’이라는 대학 본연의 존재목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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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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